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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아트향수가 만드는 새로운 영역 ['해변의 카프카' 향 Folie à Plusieurs ]

미술관의 냄새, 소설의 냄새, 영화의 냄새

 Folie à Plusieurs

 

Courtesy of Folie à Plusieurs.의 향 'Kopper' 이미지

 

노트 - “, 네온 불빛 이펙트, 차가운 초록

미들 노트 - “건조한 콘트리트, 유화 물감

베이스 노트 - “마른 효과 

 

 

향수 브랜드 Folie à Plusieurs 설명의 일부분이다. 일반적인 향조와 거리가 멀어서 낯설지만 꼼꼼히 읽다 보면 어느샌가 '뉴욕의 미술관 같은 향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Folie à Plusieurs 는 2014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신생의 향수 브랜드이다. Folie à Plusieurs에게 향수는 패션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후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Folie à Plusieurs 향의 이름으로 박물관영화예술작품 등의 이름을 사용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 류이치 사카모토의 'Amore', 가스파 노에의 'Enter the Void' 등이 그러한 예시다. 이름 그대로 해당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들었고, 영감받은 작품과 동일한 이름을 붙였다.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서일까,  그들은 일반적으로 냄새와 연결시키지 않는 특별한 순간을 향의 감각으로 재탄생 시키는 독특한 제작 방식을 취하고 있다Folie à Plusieurs 창립자 Kaya Sorhaindo 기존의 향수가 패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을 통해서 향수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자 한다.

 

 

Courtesy of Folie à Plusieurs.

 

베를린에서 탄생한 Folie à Plusieurs 주변의 박물관갤러리, 예술 영화 극장과의 협업을 진행해 왔다. 특히 Cinéma Olfactif 시리즈는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들로 영화관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 중일 때,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가 극장에 퍼지도록 했다. 감독과 극장의 허가하에 이루어진 이 이벤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다차원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향수 제작에 영감을 영화는랍스터’, ’처녀자살소동’, ’귀향등이 있다.

 

 

Folie à Plusieurs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충동을 향으로 표현하기 위한 Ol·fac·to PHILIA(olfactophila :냄새 성애)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Olfactophilia’ 시리즈는 18개의 다른 성적 충동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무대에 오르거나 카메라에 찍힐 때 흥분을 느끼는autagonistophilia, 자동차오토바이 기계에 흥분을 느끼는  Mechanophilia, 질식을 당할 성적 흥분을 느끼는 Asphyxiophilia 등의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충동이 대표적이다. 

 

 

설립자는 "전통적이지 않은 에로틱 충동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구체적인 경험을 전달받았다. 이를 토대로 조향사에게 설명하고 조향사가 경험을 향기의 형태로 표현되도록 부탁했다"라 구체적인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의 ‘Olfactophilia’ 시리즈는 향에 기반한 공연을 기획하였고, 처음으로 뉴욕의 new museum 협업을 한 향수 브랜드 되었다.

 

 

Courtesy of Folie à Plusieurs

 

Folie à Plusieurs 문학, 건축, 비디오아트 등으로 영감을 받는 예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또한 그들은 다양한 예술 장르와 꾸준히 협업하며 향수의 의미를 넓히고 있다. 그들에게 향은 상품보다는 체험에 가깝다. 향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고, 나아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까지 아트 향수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패션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패션향수의 인기가 줄어들고 향수를 전문으로 만드는 니치향수가 급부상을 하고 있다. 대중의 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향'을 갖기 위해 높은 가격대의 니치 향수를 찾는 것이다.  

 

 

니치향수는 패션항수의 대량 공급 방식과 달리 소수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향수다.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도 일반적인 향수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대표적으로 '르라보', '프레데릭말', '킬리안' 등을 들 수 있다. 니치향수의 인기는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서 드러난다. 네이버 키워드 분석 결과, 지난 한 해 니치 향수의 검색량은 일반향수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니치 향수의 성장률은 연 20~30%에 이른다. 

 

 

니치향수 frederic amlle

 

 

 

하지만 이러한 니치 향수의 트렌드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트 향수의 등장 때문이다. 니치향수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니치향수는 더 이상 '나만 쓰는 향'이 아닌 역설적인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트향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별함을 얻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술'이 되었다.

 

 

현재 대중의 니즈는 니치향수와 아트향수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니치향수는 접근하기 쉽지만, 그만큼 흔해졌고 아트향수는 흔하지 않은 대신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 니치향수 브랜드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제품에 아트향수의 정체성을 이식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조향사를 예술가로서 브랜딩하고, 조향사가 조향에 영감을 받은 소재를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아트향수 역시 보다 대중적인 예술 소재를 중심으로 영감을 받아 제품을 만들며 아트향수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과연 우리는 진짜로 나를 표현하는 향을 찾을 수 있을까.

 

 

 

 

 

 

 

안재연

sasd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