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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조선구마사 논란과 역사적 픽/팩션

최근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허구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주로 중국풍의 세트와 물품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안 그래도 최근에 김치랑 한복 가지고 반중감정이 높은 상황 속에서.....) 개인적으로 변명이 가장 마음에 안든다. 의주가 국경 도시이기 때문에 중국풍으로 설정했다라는 변명은 너무 성의가 없다. 차라리 작가가 중국 무협 드라마를 많이 봤다고 했으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신속하고 안타까운 결말. 출처: 스포츠경향
논란이 된 장면 중 하나. 조선에서 중국 전병이랑 오리알을 먹어 논란이 되었다. 출처: iMBC

물론 이번 조선구마사 논란은 그냥 조선구마사 제작진이 잘못한 것이지만, 사실 역사를 다루는 창작물들은 항상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린다. 이는 역사 창작물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그 해답이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픽션과 팩션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아보며, 역사적 창작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뤄보고자 한다.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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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은 말그대로 허구의 이야기이다. 없던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물로 한정 지어 이를 설명하자면 판타지역사물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이라던가, 혹은 의외로 최근 다시 상영하고 있는 하트로커 같은 영화들도 그 속의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라는 점에서 픽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타즈:거친녀석들> 역시 역사 픽션 영화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론 다 거짓말인데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팩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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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을 사실 픽션의 한 종류이다. 다만, 이는 좀 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다. 쉽게 말하면, 실제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에 사실 대부분의 역사 창작물들은 이에 속하기도 한다. 우리가 굉장히 재밌게 보았던 <뿌리깊은 나무> 역시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내용의 전개는 순전히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를 최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넷플릭스의 <나르코스>. 개인적으로 나르코스는 팩션을 어떻게 다루어야할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굉장히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자본이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문제를 다루는 민감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다양한 시각의 인물들을 내세우며 보여주는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 심지어 남미와 미국의 전역에서 섬세하게 캐스팅된 배우들까지. 찾아보니 감독은 다큐멘터리 장르가 주 커리어였던 사람이었다. (한중일 삼국이 대충 이런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아주 제작발표회 때부터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나중에는 각국 외무장관들이 '심히 유감', '강력하게 항의', '우려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로 점철된 기자 회견을 열었을 것이다.)

 

나르코스 시즌1 오프닝. 오프닝부터 팩션!!이라고 외치고 있다. 출처: 유튜브

 

 

픽션과 팩션

이러한 픽션과 팩션의 경계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 창작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픽션인데 팩션인 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창작의 영역은 정말 창작자 맘대로인 만큼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팩션인 척하며 교묘히 소비자들을 속이려 하거나, 혹은 이를 지적받았을 때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여놓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창작물을 향유하는 소비자들의 수준은 말도 안되게 높아졌다. (취업난이 길어지면서 다들 한국사 자격증 정도는 가지고 있다.) 또 이들이 발견한 문제점을 다른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은 너무나도 많다. 이러한 점을 창작자들도 충분히 생각해야되지 않을까?

 

글 쓴 사람: 이재원

글 쓴 사람 이메일: poom1008@naver.com

글 쓴 사람 인스타그램 주소: www.instagram.com/poom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