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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불난 집에 부채질!!! LH사태와 블라인드

하루종일 뉴스에서는 LH의 땅투기 사건에 대해서 얘기한다. 허탈감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 담당 공기업의 땅투기라니..... 이럴거면 증권사 사람들은 다 주식 투자 했게!!! 사실 할 것 같기는 하다.  이제 이번 LH사태는 사람들의 분노를 넘어 하나의 유희거리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패러디물을 만들고 관련 기사나 영상 댓글에 이번 LH사태를 비꼬는 댓글들을 작성하고 있다.

 

블랙 코미디의 나라..... 출처: 에브리타임, 파이낸셜 뉴스

 물론 사건의 본질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부동산 투기이기는 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 바로 블라인드라는 커뮤니티에서 일부 LH직원들이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글들을 쓴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도대체 블라인드가 뭐하는 곳이고,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일부 LH직원들이 똥 싼 글들을 올릴 수 있었는 지 알아볼려고 한다.

 

충격의 꼬니우이(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 출처:이데일리 뉴스

직장인들만의 커뮤니티

블리인드는 한마디로 '직장인들의 커뮤니티'이다. 48623개 회사에 재직 중인 234만의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거대 커뮤니티. 전현직 직장인들만이 블라인드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인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커뮤니티의 주요 내용은 직장인들의 관심사가 될만한 모든 것들이다. 패션부터 육아, 소모임, 직무 등 다양한 게시판들을 기반으로 직장인들이 이에 대해 글을 올리고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특이할 점은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면 사용자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라운지라고 부른다. 만약 삼성전자 라운지면 삼성전자 사람들만 보고 글을 쓸 수 있고, LG전자 라운지면 LG전자 사람들만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LH 사태 관련 글들은 주로 자유게시판인 '블라블라'에서 쓰여지기는 했다.

 

블라인드 실시간 인기 검색 회사 순위. 개인적으로 사회 이슈와 주식이 합쳐진 혼종 느낌 출처: 블라인드 캡처

사내의 민감한 문제나 분위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

이러한 블라인드만의 특징 때문에 블라인드는 사내의 민감한 문제들이 터져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같은 직장인, 직무, 회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니, 더 큰 공감을 얻기 위해 블라인드의 특정 게시판이나 본인 회사의 라운지에 글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트라넷은 누가 썼는 지 찾아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에 대한 같은 직장인, 직무, 회사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 손쉽게 사내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이번 LH 사태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블라인드를 기반으로 LH의 사내 분위기에 대한 기사를 썼고, 직접 LH측에서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은 현직자가 쓴 글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하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블라인드가 터트린 사내 문제만 하더라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금호아시아나 성희롱 사건, 야후 해고 문제, 우버의 스캔들, 아마존 사내 문화 문제 등 셀 수 없이 많다.

어떤 심리를 이용한 것일까?

블라인드가 이렇게 많은 이용자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철저한 익명성과 소속감의 균형 때문이다. 블라인드에 따르면 관리자조차도 이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직장인들은 마음 놓고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블라인드의 구조상, 이용자들은 회사명을 항시 노출하고 있고, 이는 소속감과 연관되어 있기에 블라인드에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익명 커뮤니티보다는 좀 더 조심스럽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익명성이 주는 과감함과 소속감이 주는 긴장이 그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블라인드는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베이가 아마존을 까는 모습. 니네 로고 후져. 매번 쓰레기 통에 버려. 출처: 블라인드 캡처 

 

글 쓴 사람: 이재원

글 쓴 사람 메일 주소: poom1008@naver.com

글 쓴 사람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poom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