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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울 사람들, LP에 빠지다

지난 한 해, 음악 산업은 코로나 사태로 공연 매출은 급감하고, 온라인 매출이 급증했다. 이러한 음악 산업의 추세에 영 안 어울리는 듯한 물품 하나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바로 LP판.

 

 

국내 장르별 LP 판매 증가율과 작년 만오천여장이 팔린 백예린의 앨범

 

1940년대 등장한 LP는 최근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작년 한해, 한국의 가요 LP판매량은 260% 넘게 성장했다. 사실 LP로 음악을 듣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LP 자체가 비쌀 뿐더러, 이를 듣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갑자기 LP를 사기 시작한 것일까? 오늘은 이러한 LP소비 문화와 이를 이끈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 요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옛 것을 새롭게, 뉴트로 문화

 

최근 LP 시장의 성장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주 소비자들이 과거 LP문화를 향유했던 50대 이상 장년층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전체 소비자의 52.9%) 이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몇년간 강력한 문화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뉴트로이다.

 

뉴트로 음악 그 자체, 박문치 4집 앨범커버

 

신세대가 '옛 것(Retro)'을 '새로운(New)' 관점에서 즐기는 문화인 뉴트로는, 요즘의 LP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옛날 옛적' 음악을 듣는 방식에 '요즘' 가수와 감성을 담아낸 것이 바로 최근 사람들이 LP에 빠지게 된 이유였다.

 

 

예뻐서 샀는데요, 홈인테리어

 

작년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있으면서 덩달아 떠오른 문화가 있다. 바로 홈인테리어 문화이다. 사람들은 이제 집을 그저 쉬는 곳이라고만 인식하지 않는다. 집은 내가 제일 많이 머무는 공간이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때문에 이와 관련된 소비 역시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는 오늘의 집과 같은 인테리어 소품 관련 업체들이 급성장했다는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LP는 이러한 홈인테리어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품 중 하나이다.

 

혹시, LP판과 CD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크기이다. 그만큼 LP판에는 커다란 앨범 재킷이 들어가 있다. (앨범 재킷이 예쁘다면) LP판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하나의 그림 액자가 된다. LP판뿐만이 아니다. LP를 듣는 장비인 턴테이블 또한 최근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고, 소비되고 있다. 최근 LP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LP판 해쉬태그를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3만개가 넘는 결과물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LP를 사면 사진을 찍는다. LP를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예뻐서 샀는데요' 인 것은 보여주는 것이다.

 

 

LP는 굿즈다

 

사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된 세상에 LP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LP 발매사들이 이를 잘 알기 때문에, LP를 사면 디지털 음원을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다른 문화 요인이 바로 굿즈 문화이다. 한국의 LP 판매량 순위를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발견된다. 바로 영화 OST나 아이돌 가수 LP의 높은 순위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LP가 굿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영화가 너무 좋기 때문에, 어떤 가수가 너무 좋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굿즈인 LP를 구매한다. LP를 통해 음악을 듣고, 커버에 그려진 앨범 재킷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BTS도 CD보다 LP를 더 많이 판매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도 존재한다. 바로 리셀이다. 한정판 LP를 구매해 바로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팬덤을 가진 가수들의 LP발매 때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했다. 물론 가수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김동률, 이승환 등은 이를 팬클럽 내 선 주문 후 발매 형식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LP는 앞으로도 계속 인기있을까?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LP는 조던 스니커즈 문화와 굉장히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조던의 인기가 살짝 시들해진 감이 있지만, 아직도 조던 매니아들은 조던이 발매될 때만을 기다리고 이를 높은 가격에 수집한다.

 

J's on ma feet ya!!!

 

LP 역시 조던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LP 판매의 성장을 이끈 뉴트로, 홈인테리어, 굿즈 문화는 이미 확고한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기에 LP의 인기 역시 이들 문화와 함께 이어질 것이다.

 

 

 

글 쓴 사람: 이재원

글 쓴 사람 이메일: poom1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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