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지만 낯선 Cottagecore라는 트렌드
오두막집의 헨젤과 그레텔, 베르사유 궁전의 마리 앙투아네트, 조용한 숲속 '이웃집 토토로' 주인공 사츠키를 생각해 보자. 어느 정도 감이 왔다면 맞다. Cottagecore는 정원 생활의 낭만주의 버전이다.
Cottagecore는 우리가 시골 정원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학적인 것들이다. 때문에 정원, 푸르른 풍경, 꽃무늬, 퍼프소매의 꽃무늬 드레스, 귀여운 동물 등은 Cottagecore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aclotheshorse This is my home.🏡💛 #cottagecore #fairycore #aesthetics #ireland
♬ A Moment Apart - ODESZA - Hannah Stater (she/her)
다양한 SNS에 퍼져있는 cottagecore는 일관되게 노스탤지어적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동시에 기발하고 참신하다는 인상을 준다. Cottagecore 포스팅은 뉴트럴 한 컬러와 조금 닳은 듯한 이미지들을 담고 있으며, 설명란에는 역사극의 대사를 적거나 19세기 시를 인용하기도 하며 서브컬쳐스러운 면을 드러낸다. 2019년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보였던 다소 과격하고 현란한 스타일링의 소녀들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cottagecore의 소녀들의 이미지는 훨씬 부드러우며, 이러한 대비가 오히려 cottagecore를 보다 낯설게 보이도록 한다.
십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트렌드 -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이유
Cottagecore의 트렌드를 이끄는 십대는 대부분 정원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했을뿐더러, 재현하고자 하는 역사적 시대와도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십대는 어떻게 Cottagecore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끌었듯, cottagecore 역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이를 가꾸며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에 기반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현대의 삶에서 휴식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소셜미디어 페이지를 끊임없이 스크롤 하는 대신 직접 빵을 만들어 먹거나, 채소를 키우거나, 십자수를 하면서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을 우리 대부분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십 대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배경으로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하다. 2000년대에 태어난 십대들은 차분한 세계를 꿈꾼다면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까. 기성세대는 정신없는 현대와 비교적 단순했던 과거를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십대는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세상과 연결되어 있던 십대는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십대는 더욱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를 스스로 창조해 낼 수 있었다.
십 대 역시 경험해보지 못했더라도 옛 것을 좋아할 수 있다. 한 16세의 cottagecore 틱톡커는 자신이 비틀즈의 열광적인 팬이며, 제인 버킨과 안나 카리나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오히려 현재와 대조되는 과거의 것을 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경험의 부재에 따른 비현실성이 두드러지더라도, 그들이 과거의 것을 가장 참신한 방식으로 재창조 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Tiktok을 통해 알 수 있는 '요즘 것들'이 친구를 사귀는 법
cottagecorea 문화를 향유하는 십대들은 분명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현대적인 삶을 전통적인 것과 맞바꾸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순히 현대적인 삶을 영위하는 상태에서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 문화학자는 cottagecore 트렌드를 보며 이러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이 진심으로 작은 시골에서 버섯을 따며 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친구를 찾고자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입니다"
cottagecore는 미학이자 라이프 스타일이기도 하다. cottagecore의 핵심인 현대로부터의 도피적 성격은 곧 취향이 되기도 한다. 조용한 바람 소리와 탁 트인 풍경 속에서 이쁜 드레스를 입고 깔끔한 요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 이러한 취향은 곧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필요한 공통분모가 된다.
틱톡커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캐릭터화하고 자신의 성향과 취향을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보여주는 취향을 통해 친구를 찾는다. 과거의 십대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선 같은 반이 되거나, 점심시간에 같이 공을 차야 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cottagecore 역시 자신의 취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젊은 틱톡커들에 의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하나의 서브컬쳐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공유되는 가치를 재빠르게 찾아내는 그들의 특성 덕분에 그들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뭉치고 흩어진다. cottagecore 트렌드는 친구를 사귀는 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글 쓴 사람: 안재연
글 쓴 사람 이메일: sasd333@naver.com
글 쓴 사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aah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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