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미국 래퍼 에미넴은 그를 향한 틱톡의 “Cancel Eminem” 캠페인에 답하는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2020년 발매한 곡 “Tone Deaf”를 가사 영상으로 재공개한 것.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틱톡의 한 이용자가 2010년 발매한 Eminem의 “Love the Way You Lie”, 가사를 지적하며 “Cancel Eminel”을 주장한 것이다. 수많은 Z세대의 틱톡 유저들이 이에 동참하는 영상을 올렸고 이 사건은 순식간에 논란이 되었다. #canceleminem 해시태그를 게시물은 현재 300만 개를 넘은 상태이다.
그들이 문제 삼은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If she ever tries to f***ing leave again, I’ma tie her/to the bed and set this house on fire”
[그녀가 떠날려고 시도한다면, 나는 그녀를 침대에 묶어놓고 집에 불을 질러버릴 거야].
처음 “cancel eminem”을 주장한 비디오는 삭제되었으나, 이에 답하는 다른 틱톡커의 영상을 본다면 어떤 식으로 틱톡 상에서 ‘cancel culture’가 시작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thisissavvy Stitch with @snmmerr #greenscreenvideo #eminem
♬ original sound - Sav!
에미넴이 지난 금요일 공개한 “Tone Deaf” 영상은 가사가 화면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캐릭터화된 래퍼가 등장하여 가사를 내뱉으며 운전을 하는 모습 등이 나오는 이 영상은 에미넴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cancel culture”에 대한 자신의 입장임을 설명했다.
“I won't stop even when my hair turns grey (I'm tone-deaf) / 'Cause they won't stop until they cancel me” #ToneDeaf lyric video up on my channel- https://t.co/kd4Iw5j9TI pic.twitter.com/nw1Q2eUyzN
— Marshall Mathers (@Eminem) March 5, 2021
에미넴의 트윗과 함께 'Cancel Eminem'에 비판적인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에미넴의 가사는 줄곧 그래왔으며 그것이 그의 음악의 핵심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에미넴은 이미 초창기부터 자신의 가사가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 더욱 격렬한 가사로 대응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 왔다.
일부에서는 이 가사가 오히려 가정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였음을 설명했다. 그 근거는 이 곡의 피처링으로 참여한 가수가 리한나라는 점이다. 리한나는 해당 곡 발매 1년전 남자친구인 크리스 브라운에게 폭행을 당하였다 . 리한나 역시 과거 이 곡의 가사에 대해 옹호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녀는 이 가사가 진실된 것이고 이런 것이 오히려 더욱 이야기 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현재 ‘Cancel Eminem’은 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중시하는 Z세대와 에미넴 음악을 듣고 자란 기성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것은 지금껏 꾸준히 진행되어온 “Cancel culture”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정도가 세대별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2-3년 전부터 “Cancel Culture”가 활발히 진행중이었다.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이것은 일종의 온라인 ‘배척’ 운동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공적 인사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거나 철회하는 지역사회의 태도’ 정의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공인의 잘못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 문화는 수많은 사람을 배척시켜 왔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케빈 스페이시,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케빈 하트, 심지어는 캔슬 컬쳐를 비판한 오바마 역시 역으로 질타를 받았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Cancel Culture’라는 명칭하에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수많은 공인들이 보다 엄격한 대중의 판단에 의해 처벌 아닌 처벌을 받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인의 과거사에 대한 문제로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져야 마땅하지만, 현재의 논란들은 일관되고 공정한 기준의 부재로 무고한 피해자를 또다시 양산하는 문제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도덕적 감수성 혹은 도덕적 판단 기준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Cancel Eminem” 사건은 빠르게 변한 도덕적 기준을 토대로 과거의 행위를 판단하며 생긴 논란이다. ‘Cancel Culture’가 보다 공정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확증 편향에 갇힌 것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참고]
https://m.blog.naver.com/mariah7579/221732943101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00221/99803242/1
https://www.newsweek.com/cancel-eminem-tiktok-campaign-tone-deaf-music-video-1574284
글 쓴 사람: 안재연
글 쓴 사람 이메일: sasd333@naver.com
글 쓴 사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aah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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