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이게 몇달 전인게 소름이다) 조선 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을 다룬 글에서 나르코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창작물의 좋은 예로 언급했던 나르코스, 짧막한 글로 끝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우연히 나르코스에 대한 분석글을 쓸 기회가 있었기에 그 때 썼던 글을 바탕으로 나르코스에 대해 다시 한번 다뤄보고자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을 알린 나르코스 시리즈
나르코스 시리즈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르코스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탄력을 받게 되었다. 어찌보면 현재 넷플릭스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나르코스 시리즈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마약 범죄라는 큰 이야기 속에서 시즌 1,2는 콜롬비아의 이야기를 나르코스: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크게 세 등장인물(이라고 쓰고, 역사에 길이 남을 마약상들)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시즌 1의 파블로 에스코바르, 시즌 2의 칼리 카르텔, 시즌 3의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이다. 이 모든 것을 미국의 마약단속국 DEA 요원의 시선을 통해 관찰한다.
나르코스 시리즈는 어떻게 역사를 다루었는가?
조선 구마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자국의 문화나 해외의 문화를 다루는 많은 콘텐츠들이 왜곡 논란을 겪는다. 나르코스 역시 미국인의 시선에서 타국의 역사 문제를 다루기에, 충분히 이러한 문제를 겪을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나르코스는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한 방식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번째는 사실과 허구가 혼재하는 표현 방식이자, 중남미 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사실주의'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나르코스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자신들의 드라마는 사실에 근거한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개념을 미리 선점함으로써, 나르코스 시리즈는 많은 역사 콘텐츠들이 겪는 왜곡 논란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의 유연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마술적 사실주의: 전통적 사실주의의 합리성과 인과의 법칙을 넘어서서 환상과 리얼리티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적 서사의 유형. 특히 마르케스(Marquez, G. G.)의 소설을 비롯한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두번째는 미국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이다. 나르코스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인 미국 CIA요원 스테크너는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스테크너는 철저한 계산을 통해 움직이는 인물이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남미의 마약 범죄를 돕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나르코스는 스테크너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미국이 중남미 마약 범죄에 대해 보인 이중적인 태도를 자세하고 솔직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나르코스는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갖출 수 있었다.
세번째는 연출진과 배우들의 구성이다. 나르코스 시리즈 시즌 1,2의 총 제작 및 프로듀서를 맡은 호세 파딜라는 브라질 태생이자 본래 다큐멘터리 제작자 출신이다. 또한 엘리트 스쿼드, 엔테베 작전 같은 다양한 범죄 역사 영화를 주로 제작한 감독이기도 하다. 이러한 호세 파딜라에게 제작을 맡김으로써, 나르코스는 더욱 중립적인 연출 방식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배우진 구성에 있어서도 유명 배우보다는 다양한 중남미 배우들을 활용했다는 점 또한 보는 이들의 편견을 좀 더 없앴을 수 있는 장치였다.
치밀한 계산과 준비가 나르코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나르코스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치밀한 계산과 준비 과정이 있었는 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잘 만든 드라마는 간단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역사 기반 드라마는 이미 '역사적 사실'이라는 원본이 존재하는 만큼 만들 때 더욱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드라마와 비교할 또다른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쓴이: 이재원
글쓴이 메일: poom1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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